강원랜드 카지노에 아예 안 가는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고 마는 사람은 없다. 카지노 마력에 이끌려 한번이 또 한 번 그리고 끊지 못하고 재산 탕진할 때까지 카지노를 드나들게 된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시작하여 동남아 미주 등 카지노로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사람도 허다하다. 모두가 패가망신에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고 만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한번만 가고 마는 사람은 없다
늘 방문하던 곳을 다시 들른 듯 이번에는 머뭇 거리지도 두리번거리지도 않고 카지노 출입구를 통과했다. 두 번째 방문하는 강원랜드 카지노다. 입장하기 전에 백팩과 겉옷을 보관소에 맡기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약간의 해프닝으로 쪽팔리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고객님! 가방 안에 음식물 같은 거 있습니까?" "예, 우유하고 banana가 들어 있습니다. 여행 중인데 제 간식입니다." "고객님! 가방 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보관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음식물은 꺼내주세요." "저번에 입장할 때 안전관리자 분이 노트북이나 음식물 같은 거는 소지하고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해서 맡기려고 하는 건데요. 가방 안에 노트북이 들어있고, banana는 싱싱한 것이라 보관해도 상하지 않습니다."
"아, 죄송해요. 워낙 여러 손님들이 물품을 맡기는데, 특히 바나나는 그대로 보관하면 벌레가 생길 수도 있고 상하면 냄새도 나서 곤란하거든요. 따로 가지고 가셔서 입장하실 때 말씀하시면 거기서 따로 보관해 줄 것으로 봐요. 입장하실 때 말해 보세요." "입장하는 곳에서 이런 음식물을 따로 맡아 준다는 겁니까?" "예, 고객님! 양이 많지 않으니까 이 정도는 맡아 줄 거예요. 입장하면서 말씀하세요." "알겠습니다. 출입구 담당자뿐께 말해 봐야겠네요." OTL...
검정 비닐봉지에 팩 우유와 바나나 뭉치를 넣어 들고 카지노 입구로 향했다. 입장권과 민증을 내보이고 음식물 봉투는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시켰다. 다행히 가지고 간 음식물 봉투를 따로 보관처리해 준다. 나중에 카지노를 나갈 때 찾아가면 된단다.
오늘은 강원랜드 카지노 게임을 직접 해 보리라 작심하고 있다. 처음부터 Dealer가 주관하는 게임을 하기는 뭐 해서 머신으로 작동되는 게임을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베팅 기준금액이 적은 머신을 찾아 카지노장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반시계 방향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천천히 슬로 모션 걸음걸이로 각종 슬롯머신과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스캔해 나갔다.
이쯤에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분위기에 빠져들면 시간이 문제일 뿐 패가망신 채무불이행자로 직행하게 된다. 채무연체로 채권추심을 몇 년 당하다 보니까 사람들 얼굴, 행동, 분위기를 보면 알겠더라. 채무연체자 인지, 신용불량자인지, 채무불이행자인지, 인생 달관한 사람인지, 인생에 미련이 많은 사람인지, 또 뭐가 있더라...
무아지경에서 카지노 게임에 몰두
10원, 100원,... 정확한 게임 이름은 모르지만 한번 버튼을 누를 때 최소 베팅액이 10원, 100원,...이라는원,... 것으로 이해되었다. 머신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의 등 뒤에 서서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겉으로는 무관심한 듯, 지나가는 길에 그냥 한번 지켜보는 듯,.... 최소 베팅액이 10원, 100원짜리라도 베팅 배수를 몇 배로 해서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버튼을 한번 누를 때마다, 40, 50, 200... 이런 식으로 머신 앞면 대시보드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5만 원짜리 지폐를 투입구에 넣고, 잃고 따고를 반복하는 듯하더니 5분도 되지 않아 투입한 5만 원이 사라졌다. 10만 원을 투입한다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팅 배수를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5만 원 내지 10만 원 정도는 대략 5분이 채 되지 않아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5만 원짜리 신사임당 지폐를 한 뭉치 왼손 또는 오른손에 움켜쥐고 있다가 머신의 숫자가 0이 되어갈 때쯤이면 현금투입구에 지폐를 투입하기를 반복한다.
저런 식으로 한다면 오늘 내가 게임에 사용하려고 생각한 10만 원은 10분 안에 'game 끝' 이 될 것이다. 10만 원이면 요즘 내 형편으로는 거의 한 달 생활비 인데.ㅠㅠ. '게임가능' 이라는 초록색 전광판이 켜진 자리가 눈에 띄어도 선 듯 자리를 차지하고 게임을 시작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아, 지금같이 신중한 자세였다면, 오늘날 내가 요 모양 이 꼴이 되어 있지는 않았을 텐데. 한창 선물옵션 파생에 탐닉하던 시절에는 1주일에 5천만 원을 잃기도 하고, 하루 저녁에 1~2천만 원을 잃는 날이 비일비재했었다. 증권사 HTS에 표시된 숫자는 거저 숫자였을 뿐이었다. 컴퓨터상에 표시된 숫자는 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강원랜드 머신에는 실제 현금을 투입하게 되니 진짜 돈을 갖고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나 보다. 1층 출입 쪽에서 안쪽 끝까지 한 바퀴 둘러보고 가운데로 가로지르며 둘러보는 동안에도 게임을 하고픈 마음은 내키지 않았다. 오늘은 반드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게임을 해볼 것이라던 계획이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카지노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 옳다. 오늘은 그냥 남들 게임하는 것이나 구경하자. 내가 언제 강원랜드 카지노에 게임하러 왔나? 우울한 기분 전환시킬 목적으로 왔지. 내 나름대로의 이유와 정당성을 찾으며 남들이 하는 게임을 구경하는 데 시간을 죽였다. 1층보다는 2층에서 진행되는 딜러가 주관하는 테이블 게임을 주로 관전했다. 여기저기 여러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게임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각 게임의 룰(Rule)도 대충 알 것 같았다.
바카라, 룰렛, 주사위,... 게임의 룰은 크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뤅젝은 숫자 계산하고 딜러의 예상 전략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 번거롭게만 느껴져 집중해서 보지를 않았다. (요즘은 숫자 계산이 조금만 들어가면 그냥 생각하기가 싫어진다. 큰일이다.)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 께임에 빠져있는 사람들... 다 같은 말인가? 어느 순간 카지노 게임장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생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느적거리는 연체동물들이 탁한 물속에서 방향 없이 헤엄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람이 물에 빠져 코가 물 밑으로 잠길 때까지는 죽는 줄도 모른다. 코까지 물 밑으로 잠기고 나서야 이러다가 죽겠구나 깨닫게 된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것. 카지노 도박에 빠져 돈질할 때는 자기가 채무불이행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른다. 가진 재산 다 털어먹고 노숙자 신세 되고 나서야 후회가 남은 미래를 뒤덮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그런 우아하고 멋진 모습이나 얼굴빛이 아니었다. 옆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호기롭게 베팅하는 모습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잃고 있던 게임머니를 복구하고 다음 판을 싹쓸이하는 반전의 모습도 없었다. 카지노 배경 영화의 단골 장면인 양손으로 가진 칩을 모두 밀면서 올인 베팅하는 장면도 없었다. 기대를 무너뜨리고 상상을 저버리는 실망스러운 모습들의 연속이었다.
옷차림들도 후줄근하게 보인다. 조금 전에 공사판 일을 마치고 카지노에 들러서 게임을 하는 듯이 보였다.
피곤이 카지노 게임 유혹을 떨쳐 내는 시간
새벽 두세 시가 넘어가면서 몸도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지니 만사가 귀찮아진다. 카지노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도 벌써 두 차례나 했다. 피곤과 졸음을 쫓으려 카지노 바깥으로 나가서 찬바람을 쐬고 오기도 했다.
카지노 안에는 몸을 뉘일 곳이 마땅히 없었다. 2층 홀 안쪽 뒤 구석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에 안락하지 않은 안락의자가 몇 개 있어서 엉덩이 파묻고 토막잠같이 졸 수가 있었다. 소파형 팔걸이의자의 등받이가 낮아서 뒤로 기대어 잠들기에는 상당히 불편했다.
한마디로 카지노에 왔으면 졸면서 쉴 생각하지 말고 게임에 몰두하면서 열심히 돈 잃으라는 것일 터다. 아마도 VIP들은 별도의 공간에 먹고 눕고 하는 서비스 시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새벽 4시가 넘자 모든 것이 귀찮고 체력도 고갈되고 졸음이 쏟아져서 누울 자리만 찾아 헤매었다. 1층 카지노 출입구 옆, 그러니까 카지노 입장하고 있는 사람이 볼 때 바로 왼쪽 편으로 ".","쉼"이라는 전시실이 있는데 그 안에 좁지만 기다란 벤치형 의자가 있다. 게임하다가 힘들면 잠시 머리와 마음을 쉬었다가 다시 게임에 몰두하라는 의도로 만들어 놓은 쉼터인 셈이다.
카지노 일반 입장객이 등을 붙이고 눕는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물론 경고 문구에는 눕거나 잠자지 말라고 적혀있다.) 천정에는 CCTV가 여러 개 여러 각도에서 사각지대 없이 비추고 있었지만 사람이 너무 피곤하면 그런 것조차 안중에 없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새벽 4시를 넘었다. 대충 드러누워 있어도 봐줄 거라 생각했다. 안전관리자들이 찾아와서 제지할 때는 다시 일어날 각오로 무작정 벤치 의자에 드러누워 2,30분을 졸다 깨다 하였다.
사람이 앉아 있는 것보다는 눕는 것이 피로해소에 몇 배는 효과가 있었다. 나 나름대로는 안 자는 척하느라 휴대폰을 꺼내 들고 검색하는 척 모양을 연출하였다. 그렇게 드러누워 2,30분 뒤척이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이제 마감시간 6시까지는 1시간 남짓, 이제부터는 다시 카지노 구경에 집중해야지. 노가다 할 때 4시쯤, 일을 마칠 시간이 다가올 때가 된 때처럼 다시 생기가 돌았다.
카지노에서 날밤을 세웠지만 직접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은 끝내 들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은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강원랜드 카지노 두 번째 방문도 눈팅만 하다가 끝냈다. 카지노 마감시간 장면은 어떤가 싶어서 끝까지 지켜보았다. 테이블 구역마다 구역 관리자 인지 책임자인지 정장 차림의 남녀 매니저가 6시 1분 전쯤 되니 테이블 딜:러에게 시간 마감을 알렸다.
그 마감시간까지 남은 마지막 몇 초에도 바카라 게임 패를 돌 리더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대부분의 머신들은 마감하고 꼭대기에 '사용 가능' 녹색불이 켜져 있었다. 마감시간이 이미 지났는데도 머신의 버튼을 누르고 있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카지노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형이다.
카지노 마감시간 돌아 나올 때의 허탈함이란
나는 강원랜드 카지노 두 번째에서도 돈 잃지 않고 빠져나왔다. 사북역으로 가는 06시 15분 셔틀버스를 타고나서 생각했다. 마음이 내킬 때 다시 한번 와야지. 카지노 께임을 하고 안 하고는 그때 와서 결정해야지. 강원랜드 카지노에 한 번도 안 가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가고 마는 사람은 없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한 번도 못 따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따고 마는 사람은 없다.
강원랜드 카지노, 국가에서 허가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박장! 국가에서 허가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박장은 증권거래소로 여의도에 있다. 다른 듯 같은 듯, 강원랜드와 증권거래소 이 두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과 피를 쏟았고, 어떤 이는 목숨을 버렸다. 강원랜드 카지노와 증권거래소는 행복으로 이끄는 곳이라기보다는 불행으로 이끄는 입구일 터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또 갈지 모르겠지만 절대 내 목숨을 뺏기진 않을 것이다.
자 이렇게 1년 전쯤에 포스팅했으나 죽어있던 강원랜드 카지노 여행 썰을 되살립니다. 죽은 블로그 포스팅을 살려내서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재 포스팅 하는 것도 블로거가 해야 할 일. 옛날에 누가 씨부렸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당." 세상이 싫어지고 일상에 위기가 닦쳤다고 느껴지는 분들 저의 블로그를 찾아 주세요. 이런 놈도 목숨 부지하고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하시면 다시 살아갈 힘을 내실 용기가 생길 겁니다. 오늘도 좋은 일 한 가지 꼭 찾아서 하시고. 또 담에 보~아요 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