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간은 채무자의 편이다/신용 연체기록 삭제

카지노 승부사가 채무불이행자로 변신

개인이 카지노 승부사는 결국 채무불이행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신용불량자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내딛으면 세상과 이별할 수도 있다. 예외는 없다. 시간이 문제일 뿐 카지노 승부사는 결국 카지노에 무너지고 만다. 자신과 가족과 주변인과 영원한 작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이 어느 순간 내게 닥친다. 웃을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

 

카지노 승부사의 끝은 채무불이행자를 넘어

내가 나에게 증명했다 딜러가 아니고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벌이할 수 없다. 연말이 다가오면 지난 시간의 추억에 잠기는 때가 있다. 작년 이맘때쯤이니까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는 거 같다. 자칭 승부사가 되려던 사람에게 채무불이행자 현타가 찾아왔던 온 기억이. 

 

나는 한 번 발동이 걸리면 몸과 마음이 이해해야 그만두는 스타일이다. 강원랜드 9번 출입하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딜러가 아니고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돈벌이할 수 없다. 처음에는 돈 벌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남들과 다를꺼라고 착각했으니까.

 

카지노의 채무불이행자
자칭 승부사 채무불이행자 문구

 

나만의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해도 정리했다.

  • 카지노는 독립시행확률 게임이다. 이전 게임의 결과는 이후 게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전 게임의 결과는 백날 분석하여도 이번 께임의 결과 예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지노 께임은 대수의 법칙과 확률분포에 기반하여 베팅 선택별 시상금 배수가 정해져 있다. 개별 게임의 결과는 랜덤 하지만 카지노 전체 게임의 결과는 확률분포를 따른다.
  • 이전 께임들의 결과로 다음 께임의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확률적으로 께임을 하는 것은 된다. (실제로 어느 한쪽 방향으로 여러 번 나온 뒤에 반대로 베팅하면 맞는 경우가 40% 이상이며, 대수의 법칙에 따라 30회 정도까지 계속 Go 하다가 보면 결국 들어맞게 된다. 물론 그전에 가진 자금이 오링되거나 포기하게 되겠지만.)
  • 게이머의 자금이 충분하고 께임의 max 베팅 한도가 충분히 커서 30회까지 계속 2배로 베팅이 가능하다면 카지노가 확률적으로 100% 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께임의 max 금액은 최소 베팅의 마틴게일 적용 30회 미만으로 제한되는 것이다.
  •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은 매번 께임에 참가해야 한다. (화장실 핑계나 가끔 한 두 번 께임을 패스할 수는 있겠지만 대체로 매번 께임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게임에만 베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께임을 하는 것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하는 카지노 게임이라면 백전백패이다.
  • 카지노 게임은 어떤 게임도 기댓값이 11 미만이고 어떤 베팅도 승률 50프로 미만이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딜러 페이로 녹아 없어지게 된다(룰렛0과 00으로 녹여내고, 다이사이는 트리플(Triple)로 녹여간다).
  • 카지노 입장에서 본 게임 참가자들의 승패 반복은 자기들끼리 판돈을 주고받으며 딜러페이가 발생하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을 뿐이다.

 

개인은 카지노에서 결국은 백전백패로 마감

이런 사람들은 백전 백패하는 사람들이다.

  • 자리를 차지하고 게임하는 사람
  • 한 테이블에서만 사이드베팅을 계속하는 사람
  • 여러 테이블을 돌면서 감으로 사이드 베팅을 하는 사람
  • 마틴게일 베팅을 하는 사람
  • 홀짝 베팅 외에 배당금이 많은 여러 곳에 나누어 베팅하는 사람
  • 홀짝 게임만 하는 사람이라도 매 게임 베팅액이 들쭉날쭉한 사람

꿈을 깨는 데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강원랜드 4번 방문할 때까지 게임하지 않았다. 막상 카지노에 들어서니까 게임하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음이 동(動) 해야 몸이 움직이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몸이 움직일 리가 없었다. 그저 남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구경만 할 수밖에.

 

강원랜드 5번째 방문 드디어 게임을 했다. 머신게임에 눈길이 갔으나 기계가 돌려주는 그림판을 맞추는 것이 유치해 보여 패스했다. 기댓값,, 단순성,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룰렛과 다이사이에서 홀짝 개념의 게임만 했다. 룰렛의 레드/블랙 색깔 맞추기 확률 50%, 딜러 숫자 0과 00을 빼면 대충 47%. 다이사이의 대수/소수 맞추기 확률 50%, 딜러 숫자 트리플 6가지 경우 빼면 대충 47%.

랜덤 독립시행확률 게임은 수없이 시행하면 결국 확률분포를 따라간다. 100만 원 투자해서 잃어봐야 6만 원 안쪽이다. 원칙만 지키고 정해진 시간 동안만 game을 한다면 패가망신할 이유 없고 일상생활이 망가질 이유가 없다. 운이 따르는 날 적당한 수익을 건졌을 때 그만두면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 운이 따라주지 않는 날은 시드머니의 10% 정도 손실에서 그만두면 된다. 대충 한 달에 15일 카지노 출입이 가능하니 5일 패하고 10일 승리한다면 용돈 벌이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조금씩 시드머니를 늘려가고 게임 운용 노하우가 쌓이면 한 달에 3~4일 패하고 11~12일 승리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달 수익을 100만 원 남짓에서 500만 원까지 불려 갈 수 있으리라. 꿈도 야무졌다. 실제로 5차, 6차, 7차 방문까지의 game 실적으로 보자면 가능성이 확신으로 굳어갔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내가 홍콩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나는 주윤발, 유덕화, 알란탐이 아니었다.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9번째 원정길 방문에서 꿈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고 스스로 무너졌다.

 

무인 발급기 입장권
9번 출입하고서야 캬지뇨에서 한밑천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달음

 

인간은 자만의 존재이고 똥고집의 DNA를 보유하고 있다. 룰렛으로 돈 몇 푼 따자 자신감이 아니 자만심이 호기로 발동했다. 예정에도 없던 빅휠에서 맛보기로 1만 원 한판 한다는 것이 패가망신의 단초였다.

 

시드머니 30만 원으로 앞서 벌어들인 15만 원을 다 잃고 시드머니 15만 원까지 날아갔다. 두 차례 정도 연속으로 돈을 잃으니 눈이 뒤집혔다. 게임의 룰이고 나만의 필승 베팅전략이고 이성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한번 걸었던 쪽에 계속 Go! 죽음의 질주를 하고 말았다. 그토록 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던 몰빵, 버티기,... 5만 원, 10만 원까지 운에 맡기는 베팅이 성공할 리가 없었다. 한방에 복구하겠다고 시드머니 5만 원, 10만 원을 계속 베티~잉. 그리고 결과는,... 꽈과광!!!!!!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초라하리라

태연을 유지하려 애쓰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음료수를 한잔 빼먹으며 한동안 멍하다가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카지노로는 돈 벌 수 없는 거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내가 아니고 카지노인 것을.

 

집으로 돌아가자. 초심자의 운이 패가망신의 시작이라고들 하는데 다행히도 나에게는 초심자의 운이 없다는 것이잖아. 카지노로 패가망신할 악운을 미리 액땜한 거야. 시드머니 15만 원 손실로 앞으로 있을 큰 손실을 막은 거니까. 좋게 생각하고, 무조건 좋게 생각하자 하면서 카지노를 빠져나왔다. 나의 주 종목은 주식매매니까 이쪽에서 다시 시작해야지.

 

카지노 셔틀버스가 사북역에 도착하는 즈음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일단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막걸리를 한 병 샀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음료수 페트병에 막걸리를 옮겨 담았다. 기차간에서 그냥 막걸리 나발 불고 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주변에 웅성거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카지노 승부사가 채무불이행자로 변신하는 과정의 사람이리라.

 

일수 급한돈 쓰라는 광고전단지
사북역 셔틀버스 정류장에 일수 사채광고

 

집으로 향하는 기차간에서 오랜만에 잠들었다. 막걸리 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지노에 대한 희망을 깨끗이 버린 때문일 터다.

구경하러 강원랜드 카지노를 다시 갈 수는 있겠지만 카지노에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결론을 내리면 그렇게 실천한다.. 담배도 끊었고, 파생매매도 오래전부터 안 하고 있다.(사실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앞으로 사업자등록을 낸 온라인 비즈니스에 좀 더 집중하려 한다. (블로그, 유튜브, 앱개발,... 닥치는 대로 수익위주로 운용할 것이다. 그런데 인풀루언서가 되기 전에는 돈이 안된다.) 

 

돌파구를 찾아 카지노 생각에서 벗어나야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뭔지 모르지만 발동이 걸리면 순식간에 위치를 확보하고 자리를 잡을 것이다.

 

자기 최면을 걸어본다. 신이 있어 나를 이런 인생길로 인도한 것이리라. 내가 죽을 목숨이었으면 벌써 예전에 쥭었을 것이다.

교통사고 3번에도 목숨을 부지했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어 인생을 끝내려 장소를 찾아다닐 때도 결국 목슘을 버리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노후를 걱정하는데 나는 현재를 걱정한다. 10만 원으로 한 달 식생활을 할 수 있는 내공을 갖췄다. 65세가 되면 정부에서 기초연금 30만 원 정도를 주니 내 노후대비는 걱정이 없다. 아프면 어쩔 거냐고? 치료비가 감당 안 되는 병이라고 판단되면 스스로 끝낼 생각이므로 문제없다.

 

하여튼 강원랜드에 대한 희망고문을 접게 된 것은 다행인 것이 분명하다. 자기 스스로 설득되지 않으면 그만두지 못하는 나로서는 해피엔딩이다. ​아듀 강원랜드 카지노!

 

강원랜드 카지노는 허망한 꿈
웅장하고 멋진 강원랜드 그랜드 호텔 4층에 자리한 카지노에서는 매일 허망한 꿈을 쫓는 인생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작년 한때 나름 승부사라 생각하며 강원도 심심산골을 드나들며 인생역전을 꿈꾸었던 채무불이행자의 회상을 끄적여 보았다. 다시 생각해도, 작년에 거둔 최대의 수확은 카지노에서 종잣돈 만들어서 어떻게 해 볼 생각을 접은 것이다. 어서 빨리 하늘의 운이 내게 내려 채무도 정리하고 주변관계도 수리하고 재설정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이 세상에서 남은 여행길을 만들어 가고 싶다. 수리수리 마수리 마수리 사바하! 이번주 아니면 다음 주 로또복권 1등 당첨을 내게 주시오쇼서.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