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
50대 중반이면 사회생활 할 만큼 했다.
내 목에 걸린 목줄을 풀 때가 됐다.
(그놈의 넥타이 지겹지도 않나. 이젠 거추장스럽다.)
사회가 조장하는 평생 현역이란 말에 현혹되지 말자.
인생은 일에서만 보람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푸른 창공에 흰 구름이 떠가는 모습에서 인생의 의미를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어떤 이는 인생무상, 인생허망을 느낄 수도 있다.
인생 1 막은 끝났다.
실업급여를 받는 막간이 지나면 인생 2막으로 진입해야 한다.
당연히 인생 2막의 무대와 분위기는 바뀐다.
명퇴가 아니고 은퇴를 했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에 선 것이다.
체력은 이전과 같지 않지만 정신력은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감각은 둔해졌지만 감정을 조절할 정도로 성숙해졌다.
나이 먹어 식욕과 성욕의 감퇴를 걱정하지만,
나이에 걸맞게 중고품 수준으로 다운그레이드 된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 것을 느끼지만 밤잠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가끔 순간 건망증에 아차 하지만 치매는 아니다.
조급증과 허망함이 엄습하지만 지천명(知天命)의 인생이니 극복할 수 있다.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후련함도 있다.
50대 중반을 넘어가며 겪게 되는 변화와 느낌이 싫지 않다.
나는 나이 들어 늙어감이 좋다.
50대 중후반의 불안심리는 과장되어 있다.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왜곡되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직감의 적중률은 높아진다.
온 신경을 집중하면 판단의 실수를 피할 수 있을 정도다.
창업을 삼가고 현재를 수성한다면 곤란은 없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현재에 자족한다면 만사가 평온하다.
경쟁보다는 공생의 삶을 살아야 한다.
50대 중반 은퇴자, 그래 백수라 하자.
한 가지만 피하면 평균은 하는 거다. 조급증을 이겨내야 한다.
신문, 방송, 잡지 등의 검증될 수 없는 뜬금 표 칼럼 글의 부추김에 말려들지만 않으면 된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준비 부족을 근심하고,
자녀들에게 들어갈 돈 생각에 잠을 설치면 안 된다.
돈 문제는 돈이 아니면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없는 돈이 근심 걱정한다고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땅이 꺼지게 한숨 쉬어봐야 땅에서도 돈은 솟아나지 않는다.
지금의 내 형편을 인정하고 내 운은 여기까지다 하고 인생 마무리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어떤 업종 어떤 아이템이 되건 창업은 절대 안 된다.
지금 현재 재산 수준에서 시간제 알바가 되든 일당제 막일이 되든 단기 계약제 월급이 되든 내 노동력의 대가가 아닌 형태의 돈 버는 일은 절대 회피하시라.
무조건 안 쓰고 내핍하는 생활방식으로 대처하시라.
지금까지 노동의 대가로 월급쟁이 형태의 사회생활을 했던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어떤 직업이었던 관계없다. 회사원, 선생님, 군인, 일반공무원, 예술인, 프리랜서...
(처음부터 자기 사업의 길을 걸어왔던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50대 후반 이후의 고생을 불러들이지 않게 되고 내게 주어진 운빨 수준에서 평온한 여생을 누리는 유일한 길이다.
물론 다소 쫌생이 생활모드는 감내해야 한다.
재산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재산을 모을 능력도 없다.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유산이 있다면 적든 많든 자식들은 싸울 것이다.
유산이 없으면 자식 간에 돈 갖고 싸울 일은 없다.
집이 없으면 집에 불이 날까 봐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논리다(ㅠㅠ).
자기들 살기에 바빠 형제간의 교류는 뜸할 것이다.
자식들의 인생은 그들의 몫이다.
애들의 인생길을 내가 어떻게든 닦아 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내 몸 하나 추스르는 게 우선이다. 지금 상황이 그러니까.
나는 애들에게 결혼하지 말고 비혼 독신으로 살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내뱉은 내 말에 애들은 대꾸가 없었다.
지금 지워진 짐의 무게 만으로도 충분히 버겁다.
고해의 인생길을 걷는 너희들 어깨와 등에 남의 짐을 더 얹지 말라고 했다.
무슨 악감정을 가져서 이런 말을 애들한테 한 것이 아니다.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터.
지지고 볶는 모습이 인생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아야 할 텐데.
나는 진심으로 애들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기를 바란다.
성직자가 아니라도 혼자 사는 것은 의미 있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인생이 깔끔하다.
세상은 남녀의 결혼을 축복하고 찬미하지만 진짜로 행복의 길에 들어서는 관문일까?
우리가 본 적이 없는 '신'이라는 오너가 인간 DNA 재생산 루프를 무한으로 돌리기 위해 우리 뇌의 어느 한 곳에 '결혼하라'는 최면 메시지를 심어놓은 것은 아닐까.
'진화'를 담당하는 소스프로그램이 주기적으로 DNA 재생산 루프를 무한으로 돌리는 서브프로그램을 가져와 인간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갈등과 번민이 결혼에서 파생된다.
인생의 넘사벽 장애물이 자식에게서 파생됨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무자식 상팔자'는 수천 년 인류의 경험칙 지혜를 전하는 말이다.
꼬인 인생의 단초가 유자식에서 기인한다.
아동기를 거쳐 사춘기를 지나 청장년이 되고서도 애들은 부모에게 가시가 될 뿐이다.
자식의 효 불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들과 독립된 관계를 맺을 것이 아니라면,
유자식 부모는 자식에게 종속되어 인생의 고해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에 대한 걱정을 이고 살아야 하고 사서 고생해야 한다.
인간이란 생물종은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다.
늙어감은 걱정이 아니라 편안함이다.
건강이 담보된다면 나이 듦은 영면으로 달려가는 성화봉송로 같은 정해진 코스일 뿐이다.
60대 들어서도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이해 불가다.
무슨 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일을 입에 달고 산다. 일, 일, 일...
TV에 비추는 이들의 인터뷰 멘트는 방송작가가 원하는 멘트를 적어준 데로 그냥 읽는 것 같지 않던가.
"건강이 받쳐주는 한 죽을 때까지 일을 할 겁니다."
무슨 복사하여 붙여넣기 한 것처럼 늘 예상했던 듣던 말이 반복된다.
"최고의 노후대책이 '평생 일자리'"라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는 무슨 자격증이 필요하다며 한식조리, 제빵제과, 바리스타 등 창업 준비에 필요한 것이라며 뻔한 레퍼토리를 이어간다.
창업이 아닌 노후 일자리로 지하철을 이용한 택배, 직장 경험을 이용한 컨설팅 등을 꼽는다.
이도 저도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은 동네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며 재활용 박스, 종이, 폐품 줍는 것도 괜찮겠네.
웃기는 소리다. 늙어서 일하면 몸망가지고 한순간 삐끗하면 늙어 불구자 된다.
일을 하면 몸 건강도 챙기고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나중에는 취미활동을 나열한다.
동네 뒷산 등산, 텃밭 가꾸기, 색소폰 연주, 뭉뚱그려 젊은 시절 취미 되살리기 등이다.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들 같다.
나이 들어서 일을 해야 한다는 말, 다 복지 비용 줄이려는 한자리 꿰차고 있는 자들의 꼼수일 뿐이다.
직장 은퇴하고 기초 생활 수준의 복지만 제공된다면 일 말고도 재미있는 것들은 많다.
놀고먹는다고 해도 좋고, 빈둥빈둥 시간을 허송한다고 해도 좋다.
누가 뭐래도 나이 들어갈수록 일은 그만하고 자기 성찰과 건강에만 신경 써야 한다.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 생각하면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지 않나. 나만 그런가?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나이 5,60대 백수 실업자는 새 인생을 개척하라는 거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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