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장자'가 위안이 된다.
자신을 책망하며 쟈샬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파괴에 몰두한다.
더 진행되면 자기가 자신을 학대하기에 이른다.
매일 밤 잠들면 깨지 않기를 소망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이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현실이라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안다.
현실이 견디기 힘들 땐 현실도피가 필요하다.
장자는 현실의 뒤로 숨는 지혜를 보여준다.
장자는 변신의 자유를 준다.
원전 장자든 후세에 덧칠된 장자든 상관없다.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은 취하고 관심 밖인 것은 잊으면 된다.
나도 50대에 들어서서야 장자를 제대로 읽었다.
내가 진흙탕 늪 속에 빠지고 나서야 장자를 조금 깨닫게 된 것이다.
세상은 두 면이 동시에 존재하며 그 두 면은 무게가, 중요도가 똑같다.
마치 멀티버스 다중우주 평행우주처럼 또 다른 내가 또 다른 세상이 동시에 존재한다랄까.
우리 사람만 하더라도 그렇다. 남과 여, 두 면이 존재하고 중요도가 똑같지 않은가.
아니라고? 남자가 힘도 더 세고 잘 싸우고 우위에 선다 생각한다고?
ㅎㅎㅎ....
세상에 철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결혼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불속에서 처음에는 남자가 위에서 제멋대로 하는 거 같지만,
종국에는 여자 품 안에 쓰러져 자빠진다.
강한 척 호흡 조절하며 마지막 탄수화물을 태워서 한 번 더 여자 몸 위에서 중간다리 힘자랑할라치면,
다음날 아침 제시간에 출근하기 쉽지 않다. 녹초가 된 몸 아침까지 회복 잘 안될걸.
그러면 최소한 지각이다.
30대 때까지는 하루 저녁 3번도 시도한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백만번 팔굽혀펴기의 에너자이저 배터리도 계속 쓰면 배터리 방전될 수밖에 없다.
젊은 사람이라도 3번이면 그다음 날 계단 오를 때 다리가 후들거린다.(총각딱지 뗀 남자들은 다들 경험 있지요?)
앉았다 일어서기 스쿼드로 허벅지 근육 키워보려 애쓰겠지만 작심삼일이라 며칠 가지도 못할뿐더러 잠자리에서 뺏기는 에너지 소모가 더 크다.
내가 실증적으로 경험 한 것이니 맞는 얘기다. 장담한다.
5,60대 넘어서까지 저녁에 중간다리 힘자랑 계속 해대면 뼈가 삭고 평균수명보다 일찍 골로 가게 된다.
몸속의 탄수화물 다 태우고 비축해 둔 지방까지 꺼내 쓰고 나중에는 뼈까지 분해해서 방출하고 나면 확실히 몸이 삭아 버리게 된다. 골다공증은 당연하고.
나도 여기까지는 안 가봐서 모르지만, 옛사람들이 전하는 말을 새겨보면 알 수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다고 착각하지 마시라.
남자와 여자는 성별 장단점을 더하고 빼고 평균하면 힘이든 능력이든 모든 면에서 같다.
여자한테 맞아본 남자들은 알 것이다.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사실, 알고 보면 동물이란 암컷이 더 앙칼지고 독하다.
마초 같은 남자도 세월 흐름을 따라 여자에게 잔펀치 계속 맞으면 고꾸라지게 된다.
남자는 결국 그로기 상태로 다리가 풀려서 여자의 품 안으로 마른 고목 쓰러지듯 무너져 내리게 된다.
여자는 아가씨일 때 호리호리하던 몸매가 중년을 넘어서면서 얼굴만 여자인 스모선수가 되어간다.
남자는 총각일 때 근육질의 강철 같던 몸도 중년을 넘어서면 온종일 가마솥에 삶아진 돼지고기 비계살처럼 흐물흐물하게 물렁살이 되어간다.
중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여자도 수 틀리면 말로만 남자를 치지 않는다.
'주먹 쓴다'
믿기지 않으신가?
'발로 차기까지 한다.'
못 믿겠다고?
'아직 여자한테 안 맞아 보셨구나.' 그러면 현재로선 결혼생활 할 만하신 거다.
나는 중년 넘어서면서 전처한테 여러 번 말했다.
"K 여사, 사람이 흥분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본인도 모른다.
혹시라도 도둑이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주방에서 쓰는 부엌칼들은 눈에 띄지 않는 주방 서랍 안에 넣어둬라.
사람이 눈에 띄지 않으면 안 할 행동도 눈에 띄면 저질러 버릴 수 있으니까 위험의 원천을 안 보이게 하자는 것이다.
나도 맨손 도둑은 어떻게 상대해 보겠지만 칼 든 도둑한테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전처는 무슨 쓸데없는 걱정을 하냐면서 내 말을 무시했다.
할 수 없이 내가 주방의 칼들을 눈에 띄지 않는 싱크대 서랍 안에 넣었다.
물론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 칼들은 다시 주방의 도마 위나 칼꽂이에 원위치되어 있었다.
도둑을 핑계로 주방 칼을 안 보이는 장소에 숨기라고 했지만, 사실은 중년에 들어선 전처가 혹시라도 부부싸움할 때 빡쳐서 촉식에도 나오지 않는 검법을 펼칠까봐 겁나서 칼을 감추라고 한 것이었다.
중년을 넘어서면 여자들은 자기 배우자에게만은 겁을 상실한다.
애들 다 키웠겠다 몸에 살(어떤 여자는 근육)도 풍성하게 붙었고 힘은 넘친다.
직장생활에 찌든 남편 하나쯤은 한주먹거리 밖에 안된다.
여자가 그걸 깨닫는 순간 상대 남자는 지옥의 사각링에 오른 것이다.
이때부터 남자는 여자가 몽둥이만 들지 않아도 고맙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중년의 마누라 성질 돋우는 순간,... 숨겨졌던 한 성질 나올 수도 있다.
주방의 칼이 넘사벽 그 여자의 손에 잡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전처에게 주방의 칼을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두자고 했던 것이다. 도둑 핑계를 대면서.
세상의 두 면을 얘기하려다가 옆길로 새 버렸다.
하여튼 세상은 두 면이 있고 그 두면은 똑같은 무게를 지닌다.
음양, 남녀, 희노, 애락, 은원, 승패,.... 생사... 전부 양면이다.
장자는 세상의 두면은 양면은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
좌절에 빠진 사람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원리이다.
뒤집고 바꾸어 생각하면 버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다음 포스팅에서 장자를 만나 인생의 질곡에 빠졌을 때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려 합니다.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노장사상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 행운은 나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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