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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넘어진 사람 넘어진 곳에서 일어서라

모든 것을 내 운명으로 받아 들인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전도서 1장 2절, 솔로몬 왕>


운명론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1)

내 팔자가 내 인생이다.

인생이 막다른 골목에 닿았다 싶을 때 타고난 팔자를 탓하시라.

팔자에 기대면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위안거리를 찾을 수 있다.

현실을 불가항력의 숙명으로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세상의 행운이 나를 비켜간 이유가 되어준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포기를 가능케 한다.

'아, 이게 내 팔자인가?' 하고 셀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운명을 숙명으로 해석하면 현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숙명은 피할 수 없는 정해진 운명이다.

50대 중반에 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왜 항상 2% 부족한 인생으로 전개되는가.

도대체 내 운명의 프로그램에 무슨 에러가 있단 말인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강하게 부정해 보지만 시간에 종속되는 삶을 되돌릴 수는 없다.

왜 지금같이 될 것을 몰랐단 말인가. 하늘은 왜 운명의 힌트도 주지 않는가.

내 운명의 코드는 누가 부여했길래 삶이 이렇게 전개되는가.

내가 지금 처한 이 세상이 매트릭스는 아닐까.

차라리 깨어나면 사라져 버릴 매트릭스라면 좋겠다.

잠든 뒤에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내 인생 코드는 '사주팔자'에 답이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2,30대까지만 하더라도 미신이라고 경원시했던 사주팔자 공부에 들어갔다.

거의 1년 이상 도서관에서 접할 수 있는 사주팔자 관련 책들을 섭렵했다.

강호의 날고 긴다는 술사들이 전수하는 인생 풀이의 비기들을 빨아들였다.

인터넷 유튜브에서 사주팔자를 가르치는 무료 동영상을 초급 중급 고급까지 골라 보았다.

용어와 개념과 술사들의 주장에 대한 감을 잡으며 사주팔자 공부에 파고들었다.

어느 순간 책은 필요한 내용만 선택적으로 보고, 교육 동영상은 2배속으로 스피디하게 돌렸다.

나라는 사람이 또 한 명의 사주분석가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가 왜 진작에 이 무공을 익히지 않았던가 후회스러웠다.

강호를 살아가는 데는 사람 공부가 가장 중요하다.

지식도 체력도 혈연 지연 학연도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지만 내가 관계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세상이 만든 학교라는 도장에서는 진짜 인생살이에 필요한 지혜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대대로 내려오는 세상살이 비급이라도 스스로 체득해야만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다.

50대 후반 들어 내가 깨달은 바 세상 공부는 사람공부가 가장 중요하다.

삼국지, 열국지, 전국책, 전쟁론을 독파한 것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손자병법, 오자병법, 사마법, 울료자, 이위공문대, 육도, 삼략의 무경칠서를 넘어,

손빈병법, 장원, 36계까지 무경십서를 섭렵했다고 세상 공부 다 한 것이 아니었다.

명나라 개국공신 중 한 명인 유기의 백전기략까지 독파한 뒤에는 내 나름대로 세상살이의 내공과 외공을 다 갖추었다고 자신만만했었는데 택도 없는 소리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사람의 인생 코드를 읽는 사주팔자 공부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걸 빠트렸었다.

자신의 무공이 제대로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하산하여 강호에 들었으니, 강호의 사파들이 구사하는 변칙적 초식에 나가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30년 공든 탑이 2년 만에 풍비박산 났으니. 아, 누구를 원망하랴.

모두가 내 무공의 부족인 것을.

그나마 1~2합에 쓰러지지 않고 50대 중반까지 50합 이상을 견디어 낸 것은 그동안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해 온 덕택이었으리라.

뒤돌아보면 나는 50살이 넘도록 내 사주팔자 운명코드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아니 운명코드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지금은 눈 감고도 일필휘지로 휘갈길 정도로 내 운명코드를 분명하게 안다.

삭제 불가 변경 불가 pdf 파일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나는 '묘월'에 태어난 '임수'이다.

신축년, 신묘월, 임술일, 계묘시 가 내 사주팔자 운명코드이다.

'임'은 수, 즉 물이고 물 중에서도 '양수'이다.(음양(陰陽) 할 때 그 '양(陽)'이다)

음력으로 2월에 태어난 '큰 물'이 나의 정체성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리는 비와 눈은 저수지를 채운다. 나는 저수지의 물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흐르는 계곡물과 개천과 지류는 강으로 흘러든다. 나는 강 물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리고 흐르는 물은 종국에 바다로 모며 든다. 나는 바다 물이다.

상대가 누구든 상대가 어떤 상태이든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저수지, 강, 바다 같은 사람이 '나' 다.

저수지, 강, 바다가 나의 정체성인데 지난날 그렇게 살지 못했다.

내가 나의 본성으로 살지 않았으니 사달이 난 것이다.

'수'는 인의예지신에서 '지'에 속한다 (지혜(智慧)할 때 그 '지(智)' 다).

'지자요수 인자요산'이라는 말이 논어에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단다.

나는 물도 좋아하고 산도 좋아한다.

지혜롭기도 하고 인자하기도 하다는 말씀이고, 실제로 그렇다.

나의 기본 성정은 '임수' 즉 큰 물이라고 했다.

음양의 분류로는 '양', 즉 '임수'는 '양수'이다.

물 중에서도 충주호, 낙동강, 한강, 동해, 태평양 같은 큰 물이다.

 

강호의 술사들은 '임수'의 성질은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임수'의 성정을 가진 사람은 지혜롭고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다.

강, 바다 같은 큰 물이라 침착하고 느긋하고 도량이 넓다.

임수는 모아 담는 성질이라 재물도 모아 담아 부자가 된다.

깊은 바닷속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임수인 사람의 속은 알 수가 없어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임수라는 큰 물은 바람이 불면 파도로 출렁이듯이 변덕이 심하고, 모사에 능하고, 남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한다.

임수는 물을 많이 담고 있으니 성적 욕구도 강하다.

신혼 때라면 한 달에 보름 정도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님을 보는 사람이다.

지금 보니 '임수'인 나에 대한 설명으로 대체로 맞다.

다만 나 자신이 임수의 본성에 어긋난 삶을 살았다.

저수지, 강, 바다 같은 큰 물이 본성임에도 사람도 재산도 모아 담지 못했다.

배우자도 재물도 받아들이고 모아 담아 내 것으로 품지를 못한 것 같다.

인생이 꼬인 사람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운명론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 사주팔자 운세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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