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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이혼&졸혼 찬성

벼랑 끝에서 반전은 없다 현실은 영화가 아니니까

단테의 신곡중 지옥편에서 이런 메시지 들어보셨는가? "여기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채무의 굴레에 여러 겹으로 걸렸다면 한마디로 '개 같은 인생'으로 빠져든 것이다. 해외여행 준비하다가 출발 하루 전날 급성 설사병에 걸려 여행취소하고 드러누운 꼴이 된 것이다.

 

채무의 굴레에 여러겹으로 걸렸다

지난 인생을 반추하며 남은 생을 가다듬어야 할 인생 후반생 50대 초입에서 폭망 한 것이다.

 

조금 이른 감이 있는 나이에 직장을 은퇴했다. 아니 명퇴했다. 그래 맞다. 잘렸다.

실직을 계기로 주식투자와 파생매매를 했고, 기대하던 대박은 개가 물어가고 어어 하는 순간에 쪽박을 찼다.

퇴직금에 전 재산 다 날리고 3억 원 정도 빚까지 지게 되었다.

이런 꼴을 눈뜨고 보아줄리 없는 C여사와는 당연히 이혼했다 아니 이혼당했다.

졸지에 실직에 채무에 이혼까지 3종 세트 타이틀 보유 스펙을 갖게 되었다.

 

마치 먼바다 땅속에서 시발된 지진이 해일을 일으켜 쓰나미로 해안가 마을을 삼키듯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2년 기간에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을 만큼 인생 2막의 막 내리기 직전에 급전 직하 했다.

 

나 홀로 원룸족 생활도 벌써 4년째 접어들고 있다.

설사병은 만성 장염으로 발전하였고 지금은 위궤양 증상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태가 좀 더 계속된다면 스트레스성 위암으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되었다. 어떻게 아냐고? 내 몸은 내가 잘 아니까.

부처님 10대 제자를 능가하는 자발성 수양 생활패턴에 병고가 닥치면 그 끝은 고독사일 것이다.

 

채무의 늪에 빠지는 사람은 여러 종류지만 그 과정의 본질은 똑같다.

내가 이런 일 하고 살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 확신에 직장을 때려치운다.

어디서 들었는지 돈이 돈을 벌어준다는 자본주의 속성을  되뇌며 누구에게나 문호가 개방되어 있는 주식 됴뱍에 손을 댄다.

주식이 왜 됴뱍인지는 그 끝을 보면 이해가 된다. 됴뱍의 끝과 결과물이 똑같다.

일단 돈 놓고 돈 먹기 이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소 뒤걸음질에 재수 없는 쥐 밟히듯 찔끔찔끔 돈을 딴다. 이게 골로 가는 낚싯밥에 걸려든 시그널이다.

내가 굴리는 돈이 적어서 그렇지 베팅할 돈만 더 있으면 금방 부자 될 것이라고 자만한다.

이때가 되면 인생 나락으로 떨어지는 문 앞에 바짝 다가선 시기이다.

마누라 눈 피해 가며 신용대출에 발 담그고, 묻어둔 명퇴금에 손대고, 그동안 금기시 여기던 카드대출까지 받는다.

 

이렇게 해서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당분간은 꿈속을 헤매는 듯 희망적인 예단을 하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다.

그다음에는 더 큰 금액으로 베팅 들어가서 빼도 박도 못하는 지경에 몰리는 것이다.

결기라도 있어서 내 팔뚝 내 다리 잘라내는 사즉생의 각오로 손절한다면 재기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겠지만 손실 상태로 버티기에 들어간다.

커지는 손실에 속이 타들어 가지만 지금까지 버틴 것이 아까워 매몰원가를 부여잡고 고집을 부리며 손절하지 않는다. 아니 손절하지 못한다.

이 돈이 어떤 돈인데, 세력들이 개미들 떨어내려고 페이크로 흔드는 것이라고 자기 혼자 긍정의 해설을 갖다 붙이며 버티지만 사실은 대응 불가 그냥 포기한 것임을 본인도 알고 있다.

이대로 무너지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새벽잠이 사라진다.

결국 일생일대의 승부를 보겠다고 결론 내리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루비콘 강은 아무나 건너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한 하수들의 망하기 단골기법인 물타기에 들어간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얼마간의 안도와 희망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제는 천상의 명의라는 화타가 와도 고칠 수 없는 죽을병에 스스로 빠져든 처지가 되었다.

 

내가 들어간 종목의 가격 흐름과 반대 포지션에서 자신의 불운을 탓하다가 증거금 한계의 반대매매 상황에 몰려서 강제 손절을 하고 만다.

불길한 예상은 들어맞는 법, 예상했던 대로 내가 손절한 다음 날부터 가격은 급반등 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만 주식시장이 본래 그렇다.

나 같은 개미들이 손절을 해야 세력은 시장을 반등시킨다.

세력이라고 취미로 주식시장에 돈을 넣어 놓고 연습삼아 운전하고 있는게 아니니까.

개미들의 손절이 바로 세력의 이익이 되는 것이다.

 

벼랑 끝에서 반전은 없다 

파생매매로 돈을 딴 기억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돈을 잃고 있다는 생각도 없었다.

일거에 본전을 회복하고 수익권으로 돌아서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그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실력이면 금방 본전을 찾고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돈을 불려 나가려면 베팅을 얼마나 키워야 하는가에만 몰두하였다.

그저 베팅 금액이 모자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본전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파생매매로 우아하게 돈을 벌어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도 인심 쓰면서 느긋한 인생 2막을 이어가려던 환상은 깨졌다.

나는 남들과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파생에 발을 담갔지만 파생은 나도 남들과 똑같이 대우했다.

 

파생은 주식과는 차원이 다른 상품이다.

선물매매는 상승장에서는 매수로 먹고 하락장에서는 매도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양쪽으로 깨졌다.

 

옵션은 인간이 만든 악마적 상품이다.

양매수다 양매도다 무슨 합성이다 하면서 옵션가격을 결정하는 델타, 감마, 세타, 베가, 로 어쩌고 하는 민감 지표를 이리저리 꿰어 맞추고 지랄 발광을 하면서 날밤을 지새우지만 매매결과는 정해져 있다.

남녀노소 누구 없이 시간의 길고 짧음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결국에는 깡통으로 수렴한다.

 

가만히 있어도 내 포지션의 가치가 떨어지는 매수포지션에서 100번에 90번을 까여보면 느끼게 된다.

정말 기분이 엿 같다.

그럼 그 반대되는 매도포지션을 취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것이다.

맞다. 돈 많고 쟈샬하지 않을 자신 있으면 매도포지션을 취하면 된다.

매도포지션은 한방에 그동안 먹은 99번의 수익을 다 토해내고 덤으로 집 팔아서 더 물어주어야 하는 비수를 숨기고 있다.

 

파생시장이 공평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든지 항상 운이 좋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드시 한 번씩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맞게 만든다.

무슨 양매수니 양매도니 이런저런 온갖 이상한 이름을 갖다 붙인 합성 매매포지션도 결국은 위험에 대처하면서 수익을 내보자 이런 건데, 결론은 안전하고 돈도 버는 그런 신의 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온갖 무기를 동원하여 싸우지만 싸움의 본질은 명쾌하다.

내가 살면 네가 쥭고, 네가 살면 내가 쥭는 것이다.

내가 돈을 따면 네가 돈을 잃어야 하고, 네가 돈을 따면 내가 돈을 잃어야 한다.

개미에게 파생매매의 끝은 깡통이다.

깡통의 끝은 채무의 굴레, 해결 불가능한 채무불이행이다. 

 

내가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다.

주식매매는 재산탕진!

선물매매는 가정퍄탼!

옵션매매는 인생먀걈!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4) 이혼, 채무, 실업 3종 세트 스펙을 갖추다(1) : 인생은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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