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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채무자의 편이다/채권추심 버티기

시간은 채무자의 편, 채권추심업체 채권추심에 쫄지 말자 (3)

계속되는 채권추심 전화, 문자메시지, 우편물, 특히 법원우편물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그렇지만 이것들도 반복되면 면역력 내성이 생겨 견딜만하다.

추심원도 직장인이다 보니 회사에서 밥값 하려니까 자기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추심업체 직원도 자신의 개인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무적인 행위를 넘어서는 불법 추심행위는 하지 않는다.

현재의 추심원이 나를 너무 괴롭힌다고 생각되면 아예 피해버리는 것이 방법이다.

요즈음은 내게 걸려온 전화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휴대폰 어플들이 있다.

'뭐야 이 번호' 또는 '후스콜' 같은 발신자 정보를 체크해 주는 어플을 설치하여 내게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를 골라서 받을 수 있다.

채권추심 전화나 문자메시지에 신경이 쓰인다면 내가 모르는 전화번호는 아예 받지 말자. 수신차단해 버리라.

스트레스 주는 전화번호는 모조리 스팸처리하여 받지 않아 버리는 것이다.

 

추심업체 직원들은 이직률이 높아서 어느 순간 나를 담당하는 추심원이 바뀐다.

현재의 채권추심원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다.

물론 초창기에는 채권추심 담당자하고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 할 각오도 해야 한다.

나도 채권추심업체 직원을 처음 만난 날 큰 소리로 욕하고 싸웠다.

커피숍에서 만나서 면전에서 삿대질하고 언성을 높이며 서로 힐난했다.

이 추심원이 나에게서 무슨 약점을 잡으려는지 휴대폰으로 녹음을 하면서 나를 사기성 채무자로 몰아가더라.

"나와의 대화를 녹음하면서 추심행위를 한다면 당신 추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 하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커피숍을 뛰쳐나와 버렸다.

지금 처럼 내공이 쌍였다면 "당신은 지금 불법채권추심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조용히 각인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앞으로 이 사람의 추심행위를 어떻게 견디나 하는 걱정만 했다.

그런데 웬걸 첫날 만남 이후 나한테 일절 연락이 없더라.

얼마 있다가 추심 담당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만난 날 커피라도 내가 사 줄걸 그랬다.

그때는 하도 화가 나서 내 커피 값만 계산하고 커피숍을 나와버렸다.

그 추심원도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직업상 자기 맡은 업무로 하는 일이었을 텐데.

지금은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50대 중반 이상이면 앞날이 구만리 아니 구십 리 밖에 안 남았는데 뭔 걱정인가.

직업 채권추심원의 추심행위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

웬만한 채권추심에는 지금 돈 없어요. 하고 허허, 허허허... 실실 웃으며 때우자.

좀 유들유들하게 받아넘기시라.

채권추심원도 돈 없다는 사람, 진짜 돈 없는 사람한테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돈 없어 빚을 못 갚는 건데 어쩌겠는가 안 갚는 게 아니라는데.

 

다행히 시간은 채무자의 편이다.

군대 시절 생각해 봐라.

"거꾸로 매달아놔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 간다." 생각하고 벼텼잖은가.

채권자도 권불십년, 채권추심도 화무십년홍이다.

"채권추심이 아무리 강해도 채무의 소멸시효는 다가온다."

시간이 흐르면 채권도 생명을 다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다.

민사 채무는 10년, 상사채무는 5년, 채권종류별로 6개월-10년 등 소멸시효가 있다.

금융회사에 대한 빚은 상사채권으로 일반적으로 소멸시효가 5년이다.

5년이 지나면 채권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물론 채권 금융회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연장 조치를 취하고 반드시 연장한다. 결국 채무는 갚지 않으면 영구불멸 죽을 때까지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체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추심 압박에는 무덤덤해진다.

50대 중반, 이제 사회생활 접겠다 생각하면 채무를 머리에 이고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통장 거래를 할 수 없는 불편이 있지만 필요시 가족의 통장을 차명으로 이용하는 등으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슬슬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갑을 관계가 바뀌기 시작한다.

채무자가 갑이 되는 순간을 맞게 되는 것이다.

채권추심원은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는 채무자에게 거의 읍소하는 문자를 보낸다.

"제발 연락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부탁에 부탁을 거듭해 온다.


"한국을 찾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머튼 교수가 어떤 강연에서 질문을 던졌다.

'모든 빚이 지닌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누군가 떠오른 답을 중얼거렸다. '갚아야 한다?'

머튼 교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빚의 공통점은 하나, 빌린 사람이 안 갚으면 빌려준 사람이 돈을 떼인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빚진 채무자가 꼭 갚는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돈 빌린 사람이 망하면 빌려준 이도 함께 망한다는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 속담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수천 달러를 빌리면 은행이 당신을 소유하지만, 수천만 달러를 빌리면 당신이 은행을 소유한다.'

돈 몇만 원을 돌려받지 못해 마음 졸였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돈 빌려주고 '을' 노릇 하는 기분이 얼마나 씁쓸한지 알 것이다."

 

"빚쟁이가 갑이 되는 날", 프리미엄조선, 2015.10.13


 

채무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채무자가 '갑'이 되고 채권자는 '을'이 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빚진 채무자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

채권자와 채권추심원은 읍소를 넘어 두 손 모아 빚 갚기를 호소하게 된다.

옛날 말대로 돈 빌려줄 때는 서서 빌려주고 돈 받을 때는 무릎 끓고 사정하여 받게 된다는 말이다.

채무자가 발신자 확인 앱을 깔고 빚 독촉 전화를 아예 받지 않으면 이건 뭐 채권자로서는 대책이 없을 것이다.

 

채무자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다.

추심업체 꼴통 담당자의 스트레스 유발하는 전화를 계속 받아야 하는가이다.

채권추심 전화를 회피하면서 사회관계 망도 자연스럽게 단절시켜 나가게 된다.

세상에 사람 떼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게 빚이 있고 지금 못 갚고 있다고 떠벌리면 된다.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동빵으로 떨어져 나간다.

가족친지들도 모두 연락 두절된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다.

더 이상 인연은 만들지 않을 것이고 혼자가 되어가니 인생 수양하는데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미 혼자 살 각오를 하고 있으므로 마음은 편해지기 시작한다.

 

빚 갚을 능력이 되지 않거든 추심 전화를 아예 받지 마시라.

(등과 팔에 큰 지렁이 문신에 100키로 떡때들 찾아와서 거실에 드러눕는 경우는 영화속에나 있는 것이다.)

추심 전화받는다고 없는 돈에 빚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신용상태가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해결 못할 문제는 신경 끄고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경 끄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제일이다.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희대의 요술 방망이가 있어서 친구 없고 주변 지인 없어도 전혀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스스로 '채무 자폐아'가 되는 것이다.

시간이 내 빚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못 갚고 그냥 이 세상 하직한다고 생각하면 고민 끝이다.

내가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조금 우려스럽기도 하다.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장기연체로 체무불이행자 되어도 살 수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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