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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남들과 다르게 생각&세상이 틀렸다

직장생활이 힘든 이유를 아시는가? 직장은 가장들의 전쟁터이기 때문

'세상 누구도 내 마음 같지 않다.'

배우자, 자식, 형제, 부모마저도 나를 힘들게 한다.

좌절감이 반복되면 결국 자포자기로 무너져 내리게 된다.

'차라리 지금에라도 악연의 고리를 끊자.'

양립할 수 없는 두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악수인지 묘수인지 결코 알 수 없는 낙장불입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선택의 기로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후련함도 잠시뿐, 미래는 알 수 없다.

오직, 현재를 버티며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부부 싸움이 수위를 높여 가면 삶의 의욕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언젠가 기회를 봐서 철딱서니 없는 이 사람을 깨우쳐 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드디어 벼르던 순간이라고 생각되는 때가 왔다.

전처의 의부증 해프닝이 수습되고 난 뒤 어느 주말 저녁이었을 것이다.

주방 옆 식탁에 소주 한 병 따서 놓고 얼굴을 마주했다.

나는 차분히 세상살이가, 직장생활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해 나갔다.

K 여사! 애들은 철이 없으니 그렇다 쳐도, 당신은 그러면 안 된다.

당신이 보기에는 내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이 되면 때맞춰 들어오니까. 저 사람은 직장에서 그저 슬렁슬렁 시간만 때우고 월급 때 되면 통장으로 돈 들어오니 편하게 사는구나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직장은 가장들의 전쟁터다.'

TV 시트콤에서 보는 것처럼 틈만 나면 위아래 없이 삼삼오오 얼굴 맞대고 브랜드 커피나 믹스커피 홀짝이며 상사나 부하 뒷담화에 농담 따먹기나 하는 웃음 넘치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사람들이 왜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하는지 아는가?

사람관계가 힘들기 때문이야.

내 옆에 있는 동료가 나를 힘들게 하고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직장 생활이 힘든 거야.

일이 힘들어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고 드러낸 무난한 이유일 뿐이야.

누구나 사람 때문에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대놓고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는 못해.

'일이 힘든 건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어.'

어떤 일이든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야.

관련된 사람들끼리 마음만 통한다면, 얘기만 통한다면 힘든 일도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되게 할 수 있고 얼마든지 바꾸고 조절해서 해낼 수가 있어.

그러나 직장은 그런 곳이 아니야. 그렇게 되지가 않아.

왠지 알아? 직장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누군가의 과거 현재 미래의 가장이거든.

자기가 밀리는 순간 자기가 부양하는 가족이 힘든 상황에 빠지기 때문에 절대로 자기가 희생을 부담하고 자기의 이익을 양보할 수가 없거든.

자기의 희생은 가족의 희생이 되므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가 자기 생존이 담보되는 방식으로 자기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니까 서로 부딪치는 거야.

감정이 허용할 수 있는 것도 이성이 짠지를 걸고, 이성이 수용할 수 있는 것도 감정이 엇박자를 놓는 거지.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돈이 걸린 일을 같이 하는 직장 사람들이 가장 힘들고 부담스러운 존재들인 거야.

돈을 놓고 경쟁하는 부담스러운 사람들과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같이 있어야 하는 그 정신적 스트레스는 소속된 당사자만 아는 거야. 외부의 누구도 대신할 수가 없어.

'과로사가 왜 나오는지 알아?'

일이 힘들어서 과로사하는 것이 아니야. 그 일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힘들게 하기 때문에 과로사하는 것이야. 그 동료가 상사이던 부하이던 동료이던...

마음이 통하는 동료와 함께하는 직장은 천하의 3D 업종에서도 과로사 안 나와.

마음이 불편한 동료와 함께해야 하는 업무에 배치되면 천하에 편하다는 구석쟁이 한직의 사무직 중에서도 과로사가 나와. 알겠심껴?

직장이라는 곳은 겉으로는 자기 이기심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실제로는 자기 이기심을 반드시 챙겨야 자기와 가족이 살아가기 때문에 더더욱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곳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휴일날 땀 뻘뻘 흘리는 집안일을 아무리 하더라도 힘들다는 얘기 하는 거 봤어?

내 이익을 내 이기심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내 가족의 일을 하는 거니까 오히려 육체적으로 힘들수록 뿌듯하지.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얼마든지 극복될 수 있는 거야.

체력적으로 힘들면 쉬었다 하면 되고 오늘 다 못하면 다음날 다음에 하면 되니까.

그렇지만 당신이라는 사람이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건 못 견디겠어.

말로 설득해 보고 물리력으로 자극을 줘도 안 통하니 결국은 내가 나가떨어지잖아.

결혼 생활이 좀 가난하고 쪼들린다고 힘든 게 아니라 부부각자 사람이 서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K 여사! 당신의 역할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 집의 가장인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가능한 엇박자 놓지 말고 이 사람이 최대한 기력을 회복해서 다음날 최상의 전투력으로 돈벌이 전쟁터인 직장에 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거야.

내가 뭘 잘해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부탁인데, 가능하면 내 말에 엇박자 놓지 말고, 바가지 긁을 일이 있더라도 아침 출근하는 사람 면전에서는 꾹 참아 줬으면 좋겠어.

정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일단 담아뒀다가 휴일날 같은 때 그래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는 때를 골라서 나를 쥐어짜더라도 짜라고.

내가 가장 힘든 때가 언제인지 말해줄까?

아침 시간 출근하기 직전까지 당신이 바가지 긁을 때야.

자, 아침에 직장 출근해야 하는 내 입장을 한번 생각해 봐.

집을 나서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러 가는 20분 정도의 시간에 나는 불화의 감정 모드를 추스르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감정 상태와 얼굴 표정을 바꾸어야 한다고.

다행히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전까지 표정관리와 감정 추스름이 되면 괜찮은데,

만약 회사 도착하는 시간까지 그게 안되면 나는 속으로는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말아.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 건물까지 걸어가는 10분 정도의 시간에 최대한 노력해도 감정이 다독여지지 않으면 일부러 옆길로 돌아서 회사 건물로 들어가는 시간을 5~10분 정도라도 늦추게 돼.

회사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도록 건물뒤 구석쟁이로 몸을 숨기다시피 하여 억지로 담배라도 한대 피우는 자기 최면시간을 가져서 불화의 감정을 가라앉혀야 해.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렇게 했는데도 감정 조절이 안되면 그날은 몸이 천근만근 하루가 1년 같은 우울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거야.

이런 생활이 자주 반복되면 나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게 아니야.

나도 직장생활을 버틸 수가 없게 돼.

직장에서 일도 잘 못하게 되고 근무평점이 좋을 리가 없을 테고 이런 것이 쌓여서 결국 다니던 직장에서 밀려나는 거야.

젊을 때라면 또 다른 직장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나도 안돼.

만약 지금의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나도 이제 직장 생활은 끝이야.

당신이 오늘 하루 나에게 힘을 챙겨주면 내가 오늘 하루를 직장에서 버틸 수가 있어.

이렇게 하루에 하루를 연장해 가면서 계속 직장을 다니면 돈을 벌 수 있는 거야.

내가 다른 것은 다 참을 수가 있는데 당신이 나에게 상처 주는 것은 견딜 수가 없어.

직장에서 지금보다 더 굽신거리고 아부 떨고 팔불출 짓이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겠는데,

당신이 끊임없이 날리는 '말'잽과 크고 작은 '말'펀치에는 이제 내 맷집도 허물어져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어.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모든 것을 직접 겪어보고 깨닫는 사람이야.

K 여사!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녹록하지 않아.

현실의 직장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런 세계가 아니야.

당신이 바가지 긁지 않더라도 나는 충분히 힘들어.

부탁인데 직장에서보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더 힘들다는 내 말 새겨 들어.

내가 짤리고 나면 당신이나 애들은 고생길로 접어드는 거야.

인생은 역진불가, 되돌릴 수 없는 거야.

내 말 정말 명심해야 돼.

................

방식과 과정은 달랐지만 전처와 애들은 내가 명퇴하고 난 뒤 3년도 되지 않아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그 고생길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노장사상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 시간은 여자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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