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채무자라고 해서 법원에 출석하는 것을 겁낼 거 없다.
'재산명시명령'이라는 어마 무시한 법원의 출석 통보를 받으면 심쿵 가슴이 떨릴 수도 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이실직고할 때까지 매우 쳐라."
무슨 사극에 나오는 죄인 마냥 끌려간다는 선입견에 긴장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법원에 출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채무불이행에 대한 변명 기회를 얻은 것이다.
"자, 봐라, 내가 돈이 없어서 빚을 못 갚는 것이다. 돈 있으면 왜 안 갚겠는가?"라고 지금의 내 처지를 제대로 알 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판사도 그 옛날 동헌 대청마루 위 의자에 앉아서 없는 죄를 실토받는 탐관오리가 아니다.
법원은 채권자의 편도 채무자의 편도 아니고 중간자적 입장에서 민사 상사 갈등을 중재 처결할 뿐이다.
받을 돈을 못 받은 채권자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채무자가 돈이 있으면서도 빚을 안 갚는 것 같으니까 법의 강제력을 동원해서 채무자의 재산 내역을 밝혀주시오. 하고 법원에 분함을 해결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채권자가 소송비용을 들여서 요청을 하니까, 법원이 그래 채무자가 돈이 있는지 없는지 함 보자 하면서 '재산명시명령'을 내리고, 몇 월 며칠 날 채무자 네가 법원에 나와서 지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내역 목록을 적어내고 사또 아니 판사 앞에서 오른 손바닥 어깨위로 들고 니가 적어낸 재산내역 목록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선서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채무자는 출석하라고 한 날 법원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서 자기 재산목록을 적어내고, 판사 앞에서 내 재산이 이것뿐이요. 하고 선서하고 집에 돌아오면 된다.
<한 가지 강조합니다>
채무자는 재산명시선서하러 법원에 가는 날은 반드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도록 합니다. 눈치 없이 몰래 타고 다니던 '벤땡' 또는 'BM땡' 같은 외제차를 떡허니 타고 출석했다가는 채권자가 법원 근처에 숨어서 지켜보다가 사진/동영상 찍어 증거 확보해 두고 나서 나중에 채무자가 제출한 제산목록에 그 내용이 없으면 거짓으로 재산목록 냈다고 법원에 탄원서 제출할 수 있읍니다. 특히 파산선고 받거나 면책 결정 받으러 법원에 출석할 때도 채무자는 반드시 버스, 지하철 이용 해야 합니다. 만약에 파산선고 받거나 면책결정 받으러 법원 출석하는 날에 '설사 중고차라고 하더라도 벤땡' 또는 'BM땡' 같은 외제차를 타고 갔다가는 채무자가 몰래 숨겨둔 돈으로 잘 살고 있으니 절대로 파산선고 내려서는 안되고 더군다나 Never 면책결정 해줘서는 안 된다고 채권자가 탄원/이의제기 하게 되어요. 채무자는 법원에 출석할 일이 있으면 무조건 버스 또는 지하철을 이용하도록 합니다. 영업용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웬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요즘 택시 타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시간에 늦어서 꼭 택시를 타야 한다면 법원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려서 걸어서 법원에 들어가도록 합니다. 파산선고 신청하는 채무자는 누가 봐도 형편이 어려운 것이 당연한 거니까요.
간단하지 않은가? 하나도 어려울 것 없다.
다만 재산목록을 적어낼 때는 정직하게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빠뜨리지 말고 적어내야 한다.
나중에 거짓이 발각되면 '위증죄'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재산이 없는 사람은 없는 그대로 적어내면 된다.
숨길 것도 없고 과장할 것도 없고 축소할 것도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내 재산 목록을 적어내면 된다.
다시 반복한다.
재산명시명령 받으면 법원에 가서 재산목록 적어내고 판사 앞에서 선서하고 집에 오면 된다. That's all. 그것으로 끝이다.
형사 재판정에 끌려간 피고인이 아니므로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된다.(채권자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지면 된다.)
짊어진 채무야 돈 생기면 갚으면 되니까. OK?
이렇게 재산명시명령에 따라 재산목록 적어내고 재산명시선서를 하게 되면, 내가 빚 갚을 재산이 정말로 없다는 것이 법적으로 증명되므로 오히려 홀가분할 수 있다.
채권자는 크게 낙심할 테지만 오늘에야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제대로 알게 되어 더 이상 쇠귀에 경 읽는 격의 헛수고 채권추심을 할 필요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재산명시명령을 받으면 제출하게 되는 재산목록 양식은 다음과 같다.
[전산양식 A3211] 재산목록
내 경우, 재산명시명령 송달우편에 첨부되어 온 양식에 다음과 같이 채무자인 나의 재산목록을 적어서 재산명시선서 하러 법원에 출석하는 날 법정 안에서 법원 직원에게 제출하였다.
< 내가 재산목록에 적어서 제출했던 내용 예>
1. 부동산 : 없음 |
2. 동산 : 종고 컴퓨터 약 30만원 |
3. 예적금 : (1) KEB하나은행 저축예금 000-00-000000 최종거래일 20??.11.02 잔액 0 YES점프저축 000-00-000000 최종거래일 20??.11.02 잔액 0 (2) 기업은행 저축예금 000-000000-00-000 최종거래일 20??.03.17 잔액 0 (3) 우리은행 저축예금 1000-000-000000 최종거래일 20??.11.04 잔액 0 저축예금 000-00-000000 최종거래일 20??.11.02 잔액 0 (4) KB국민은행 저축예금 000-00-0000-000 최종거래일 19??.11.22 잔액 -1,000,000 저축예금 000000-00-000000 최종거래일 20??.11.02 잔액 0 (5) 농협은행 저축예금 1000-00-000000 최종거래일 20??.11.02 잔액 4,891 |
4. 증권 : (1) 이베스트증권 위탁계좌 000000100000-01 출금가능 0 (2) 하나대투증권 KOSPI선물옵션 000000000-21 출금가능 400 (3) 미래에셋증권 종합계좌 000-99-000000 출금가능 0 |
5. 카드 : (1) 현대카드 카드론 14,000,000 현금서비스 6,000,000 계 20,000,000 (2) 삼성카드 카드론 10,000,000 대출 5,000,000 현금서비스 3,200,000 계 18,200,000 (3) 롯데카드 카드론 4,500,000 현금서비스 600,000 계 5,100,000 (4) 국민카드 카드론 10,000,000 현금서비스 5,400,000 계 15,400,000 (5) 우리카드 카드론 10,000,000 현금서비스 5,800,000 계 15,800,000 합계 56,050,000 |
6. 급여소득 : 없음 |
7. 채권 : 없음 |
재산명시명령 출석일에 법원에 가서 놀란 것은 재산명시명령 받고 법원에 온 대상자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기껏 10여 명 또는 2,30명 정도 될 거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거의 100명도 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며칠 뒤에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또 출두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나만 빚지고 빚 못 갚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만 빚에 허덕이는 것이 아니었다.
차림새로 보아 2,30대는 물론 나 같은 5,60대 중장년이 많았고, 70세도 넘어 보임직한 노인네도 섞여 있었다.
어떤 젊은 부부는 어린아이를 업고 왔다.
아마도 무슨 장사를 하다가 말아먹고 채무를 못 갚아 연체상태에 빠진 걸로 짐작되었다.
자, 힘내자 채무에 억눌린 상황은 나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눈길이 닿지 않는 세상의 이면에 채무의 고충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 수다.
법원에 출석한 오늘의 이 경험이 꺼져가던 내 삶의 의지를 일깨우는 것 같았다.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채무자는 법원 출석하는 것을 겁낼 필요 없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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