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번 돈 카지노에 다 갖다 바치는 사람이 카지노 폐인이다. 카지노에 빠지며 결국에는 누구나 그렇게 된다. 뼈와 살을 다 갖다 바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모옥숨까지 따이고 만다. 영원한 카지노 승부사는 있을 수 없다. 한두 번 즐겼으면 자리를 털고 마음을 비우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카지노에 이기는 것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뼈와 살과 영혼까지 다 갖다 바치는가
이보시오 젊은 아재! 먹고 싶은거 안 먹고 사고 싶은 거 안 사고 아낀 돈 카지노에 다 갖다 바치고 채무불이행자 될 건가? 제발 정신차리시오.
2019년 년말 강원도 거기 여행을 돌아본다. 강원랜드 카지노를 둘러보고 왔다. 강원랜드 카지노 방문은 내 일상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 형편에 문제는 여행 비용이었다. 이런저런 핑계와 이유를 갖다 대더라도 카지노 입장료 9천 원은 피할 수 없다. 마음에 담아둔 일을 하지 않으면 후회를 남기게 된다. 강원도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일단 집을 나섰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처럼 인생길에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남는다. 어차피 후회를 할 거라면 해보고 후회하자는 것이 나의 인생살이 모토이다.
기차는 충북과 강원 서북부 청정 비경 산속을 달린다. 제천을 찍고 영월을 담고 사북을 거쳐 강원랜드로 갔다. 언제나처럼 무궁화호는 내 중장거리 교통수단이다. 같이 가자고 할 사람도 없고 같이 가줄 사람도 없다. 200여 년 전 방랑시인 김삿갓의 주유하던 길이 나 홀로 여행의 이정표가 될 뿐이다. 사북역에서 강원랜드 카지노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했다.(무료다 무료. 차비 안내도 되는 공짜.)
강원랜드는 돈이 많은 회사, 아니 돈을 많이 버는 회사이다. 무료 셔틀버스 운행, 카지노장내 무료 음료수 제공, 무료 도박중독 상담까지 해준다. 지나고 보면 무료가 무료가 아니 것을 알게 된다. 모든 무료 서비스는 결국 그 이상의 운영비용을 뽑아내는 바람잡이 상술일 뿐이다.
카지노에 들어설 때는 누구나 계획이 있다 오링 나기 전까지는
카지노 입장권 발매는 무인 발매기로 하든 데스크에서 하든 현금 박치기다. 신용카드는 안된다. Only Cash만 된다. 입장권 수입은 백 프로 국고에 귀속된다고 한다. 국고로 들어가는 돈이니 아깝지는 않다. 다만 내 지금의 형편이 어려우니까 카지노 입장료조차도 부담스러울 뿐이다.
내 나름대로 계산은 섰다. 당일치기가 아닌 한 여행을 하자면 어쨌든 잠은 자야 한다. 나의 럭셔리 스위트 침실이 되어줄 찜질방 비용은 대개 9천 원 내지 1만 원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입장하여 날밤을 새면 하룻밤 찜질방 비용이 굳는다. 카지노 입장료 9천 원은 그날 하루 숙박비로 퉁치면 되는 것이다. 편한 잠을 바라지 않으니 카지노 안에서 대충 졸다 깨다 하여 날밤을 새면 된다. 무료 음료수를 마음껏 마실 수 있으니 음료수를 잔뜩 먹게 되면 입장료 값은 뽑을 수 있다. 카지노에서 날밤을 새는 동안 최소 10잔 이상의 음료수를 종류별로 뽑아 마셨다. 커피, 콜라, 스프라이트, 오렌지주스, 포도주스, 헛개차,... 한 잔에 400원으로 치면 10잔이면 4천 원어치를 먹은 것이다.
백팩 안에 노트북 컴퓨터가 있었는데 노트북은 갖고 들어갈 수 없단다. 백팩을 맡기면서 윗도리 점퍼도 같이 맡겼다. 어차피 카지노 실내는 춥지 않다. 티셔츠에 가벼운 스카프만 두르고 카지노 입장 게이트로 고고싱 했다.
입구에는 건장한 경호원 분위기의 질서유지 인력들이 입장객을 통제했다. (이 분들 역할이 말하자면 돈 잃고 난 뒤, 생떼 부리는 사람들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서 좋은 말(?)로 얼르고 달래서 조용히 시키는 역할, 경우에 따라서는 손봐주는 인력들이다. 내 생각이지만 맞을 것임) 입장객은 빠짐없이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제시하고 본인임을 확인받아야 했다. 음주한 상태로 입장 안된다. 음식물 갖도 못 들어간다.(그 안에서 식당도 있고 음식 판다. 예상한 대로 무지 비싸다.)
나는 입장권과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별 탈 없이 카지노에 입장. 카지노장에 들어선 첫 느낌? 글쎄다, 뭐 별로... 그냥 사람들이 뿜어대는 열기에 슬롯머신 기계음이 신경을 건드리니 다소 덥게 느껴졌다.
초저녁의 따뜻함도 자정을 지나 새벽을 지나며 마감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온기가 사라져 간다. 새벽 3시가 넘으니 티셔츠만 걸쳐서는 약간 으스스하다는 기분이다. 자정을 넘으면 새벽시간에 사람들이 졸지 않도록 난방을 끄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퀭한 눈을 하고도 게임 테이블에서 졸고 있는 사람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로는 카지노 실내의 화려한 조명에 마음이 혹할 것이라고 했다. 내가 인격 수양이 깊어서 그런지 마음이 혹하기는커녕 기분이 들뜨지도 않았다. 오히려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 꾀죄죄해 보였다. 무언가 약에 취해서 흐느적거리는 실험실의 몰모트 같다고나 할까. 그 사람들 틈에 끼어서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목적 없이 방향 없이 가지노장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다닐 뿐이었다. 어느새 아침이 되고 영업 마감 시간이 되고 있다.
카지노에선 가진 돈만 읽고 나와도 잘한 것이다
카지노 입장하기 전에 카지노 건물 내 신협 ATM기에서 출금한 10만 원은 바지 뒷주머니에 그대로 있다. 바카라를 해볼까, 블웩젝을 해볼까. 아니면 룰렛도 괜찮지 않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카지노 입장하기 전에 가졌던 초심은 오히려 식어가고 있었다. 다이사이 주사위 게임은 어떨까. 그냥 슬롯머신에 돈을 투입하고 버튼을 눌러댈까.
카지노 마감시간 20분 전까지 결국 아무 게임도 하지 않았다. 20분 후 06:00시면 카지노 마감이다. 결국 06:05분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05:40분 카지노장을 나왔다. 지난밤을 새우며 온 신경을 집중한 노동에 지친 사람들 틈에서 말없이 새벽공기 속을 걸었다. 사북역에서 06:52분 서울행 첫차에 몸을 실었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행태는 똑같다.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아낀 돈을 결국 카지노에 갖다 바친다.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아낀 돈을 결국에 병원에 갖다 바치는 사람과 같다. 사 먹을 형편이 안된다면 하루에 한 끼, 한 끼에 천 원으로 때워도 좋다. 사 먹을 형편이 된다면 참지 말고 먹고 싶은 것은 사 먹어야 된다. 도박하는 사람이 안 먹고 아낀 돈은 도박장에 갖다 바치게 된다. 일용직 노동자가 안 먹고 아낀 돈은 병원에 갖다 바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인생살이의 진리는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현재의 내 몸은 지금까지 내가 먹은 음식물의 결과물이다. 현재의 내 몸은 지금까지 내가 아낀 음식값의 결과물이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이 내 몸이 원하는 것이고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돈 아낀다고 먹고 싶은 것 참고 안 먹으면 나중에 병이 된다. 안 먹고 아낀 돈은 결국에는 도박으로 날리게 된다. 안 먹고 아낀 돈은 결국에는 병원비 약 값으로 날리게 된다.
카지노에서 나와서 서울행 첫차를 타러 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젊은 아재가 말했다. 10만 원만 하고 끝내려다가 본전 생각에 10만 원 더 했다가 총 20만 원 잃었단다. 나더러 얼마 잃었냐고 묻는다.(얼마 땄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나더러 잘하셨다고 한다. 게임을 안 하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고 한다. 그 사람도 돈을 잃고 나니까 입에서 옳은 소리가 나오는가 보다. 그런 줄 알면 자기도 게임하지 말지 왜 한겨?
그리고 자기가 카지노에 빠져서 신용불량자 되었다는 말은 나한테 왜 하는 거야. 채무불이행자 한번 등재되면 죽을 때까지 안 지워지느냐고 나한테 묻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지. 채권추심으로 채무독촉을 받고 있어서 스트레스 해소하러 왔다고 한다. 참, 가지 가지 한다 싶었다. 나도 채무불이행자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다만 로또 복권 1등에 꼭 당첨되시라고 돈 안 드는 덕담을 해줬다.
사북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사 내 분식집에서 아침 요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직감적으로 그 사람들은 그나마 형편이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20만 원 잃었다는 그 젊은 아재가 잠시 보이지 않다가 다시 나타났다. 하도 배가 고파서 사북 읍내 편의점에 가서 요기를 하고 왔단다. 내가 역사내 분식집에서 먹지 그랬냐고 말했다. 그 사람 왈(曰), 분식집은 비싸서 편의점에서 싸게 먹고 왔다고 했다. 내 짐작에 컵라면이나 저렴한 도시락을 먹었겠거니 싶었다.
이 도박꾼은 도박에 돈을 잃을망정 자기가 먹는 음식값은 아까운 것이다. 어쨌든 주린 배는 채울 수 있는 정도이니 아직은 형편이 괜찮다고 해줄밖에. 꾀죄죄한 얼굴로 퀭한 눈으로 잠에 취해 서울로 올라가겠지.
천장지구 카지노 폐인의 눈에도 강산은 아름답다
기차는 어김없이 제시간에 오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후회를 안고 서울행 무궁화호에 몸을 싣는다. 나는 다음 역 영월에서 내린다.
영월 동강가에서 '영월 동강 막걸리'에 부산어묵을 안주삼아 한잔해야겠다. 어차피 강원랜드 카지노는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해결하는 마음으로 왔으니 목적 달성했다. ("왔다가 그냥 갑니다. 지나다 생각이 나서...." 누구 노래였더라.)
다음 목적지는 평창, 영월에서 평창으로 가련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몸을 데려가는 것이 진정한 자유여행이 아니겠는가?
영월에서 평창 가는 버스는 오후에나 있으니 막걸리 한잔하면서 동강을 감상할 시간은 충분하다. 형편이 될 때는 먹는 것에 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고 나면 알게 된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안 먹고 아낀 돈은 결국에는 도박으로 날리게 된다. 안 먹고 아낀 돈은 결국에는 병원비 약 값으로 날리게 된다. 강원랜드 카지노를 다시 방문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때는 Game을 해 볼 것이다. 게임머니 10만 원 범위 내에서 할 것이고, 절대 Casino game에 휘둘리진 않을 것이다.
직전의 포스팅도 그렇고(2019년 작년 이맘때쯤 카지노 승부사가 채무불이행자 변신한다는 거..) 이번 포스팅도 그렇고 재업로드 포스팅이다. 작년 연말쯤에 N블로그에 업로드했었는데 도대체 노출이 제로(zero)라서 오탈자 손 좀 봐서 티스토리 블로그에 다시 올리는 것이다. 어차피 죽은 포스팅이니 N블로그에 있으나 T블로그에 있으나 나에게는 무차별하다. 그럼 모두 저녁 맛있게 드시고 즐밤 하세요. 또 바~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