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개 멀티 알바를 뛰면서 빚 갚기에 올인하고 결국에는 빚 다 갚고서 인생 새 출발에 재기에 성공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니다. 온갖 방식의 채권추심 압박에도 돈 없는 채무자는 빚을 갚을 수 없다. 추심에 쫓기는 채무자여!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처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라는 생각이 들거든, 채권자에게 '법대로 하세요. Do according to the law.'라고 쏘아 부치고 오직 살아내는 것 에만 집중하시라.
TV 드라마 속의 인간승리에 함몰되면 채무자는 자기 삶이 위험하다
예전에 보면 50대 중후반에 수억에서 몇 십억원에 이르는 채무를 다 갚고 재기했다는 류의 성공담이 TV 방송을 타거나 신문, 주간지, 여성지 등에 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가 겪어보니 그거 다 개 뻥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사회가 실패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줄 만큼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다.
스펙 멀쩡한 사람에게도 기회가 모자라는 판에 실패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그건 감동적인 인생 미담을 드라마틱하게 만들려다 보니까 그렇게 연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세계에서는 재기에 성공하기 보다는 채무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고생 생고생 허우적거리다가 허망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 실화에 가까울 것이다.
설사 빚 갚기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빚을 다 갚고 난 직후에 긴장이 풀리는 순간 잠복했던 병이 도져서 이셰상 하직하게 될 것이다.
몇 년 전에 이런 류의 인생 드라마가 TV 전파를 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업하다가 가진 재산 다 말아먹고 몇 억원의 채무를 지게 된 50대 중반의 남자 이야기였다.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7개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매달 얼마씩 갚아 나간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잠도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잠도 집에서 편히 자는게 아니라 남의 사업장 구석 계단 복도 같은 곳에서 불편하게 잔다.
당연히 부실한 영양에 몸은 망가지고 만성 과로가 심신의 곳곳에 쌓여간다.
이 분이 빚을 다 갚게 되는 날 은행 창구에서 마지막 송금을 하고 난 후 눈물짓는 모습에 감동적인 내레이션이 배경처럼 깔린다.
이제 남은 날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인터뷰 한다.
채무를 다 상환한 이 분의 앞날에 행복한 나날이 펼쳐질 것 같은 여운을 남기며 방송은 해피엔딩을 예고했다.
참 대단한 분이라고 나도 생각했다. 그 당시에는 그랬다.
파산에 직면해 있는 지금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 인간 드라마는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인식을 시청자들에게 주입시키는 방송일 뿐이었다.
방송 클립은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공유되었고 댓글을 단 거의 모든 사람이 칭찬과 격려를 보냈다.
그런데 이분, 그 방송 나가고 얼마 후에 돌아가셨다는 보도를 보았다.
안타깝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빚을 갚기 위해 몇 년간을 열악한 여건에서 긴장된 생활을 해 왔으니, 채무를 다 상환하는 순간 맥이 탁 풀려서 병이 나고 말았다고 생각된다.(그래도 이 분은 대단하신 분이다 몇 년을 더 버티셨으니. 보통의 사람들은 정말 한 달도 못가서 몸져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고 본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억제된 긴장감으로 뭉쳐 있다가 채무를 완제하고나서 긴장이 풀리는 순간, 바로 잠복하고 있던 병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목슘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그냥 그렇게 돌아가셨다.
생각해 보시라. 하루에 7개 정도의 알바를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하면서 제대로 못 먹지, 제대로 못 자지, 그동안 안 쥭고 버티고 살아낸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당시 이 분 나이가 50대 중반으로 지금의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체면, 자존심 생각하지 말고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파산지경에 몰린 채무자는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한다.
50대 중반이면 금방 60대에 들어선다.
이 나이대라면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3억 원 정도의 채무를 근로소득으로 벌어서 갚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사회의 부추김에 꼬여서 쥭을 둥 살 둥 모르고 내 몸을 혹사하는 것은 스스로를 쥭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50대 중반의 채무자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금의 채무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쥭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면 혼자 쟈샬하던가, 갚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면 알바를 뛰던 노가다를 뛰던 쥭기 전까지 갚아 나가면 된다.
물론 빚을 다 갚지 못하고 세상 햐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상식적인 추론이다. 나만의 뇌피셜이 아니다.
보통의 사람은 "안 되면 되게 하라"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실천해버리는 특전사 군인이 아닌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살겠다고 마음을 정했다면 그 순간부터 짊어진 채무는 잊어야 한다.
지금의 채무는 못 갚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쥭음으로 인도하는 절체절명의 장애물을 만났을 때는 역발상의 접근을 해야 살 길이 열린다.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시마즈 요시히로가 "전진 후퇴"라는 듣보잡의 골 때리는 후퇴 전법으로 사지(死地)를 탈출하듯이 남은 인생동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채무는 "내 뱨 째라" 또는 "내 묙 따라" 정신으로 돌파해야 한다.
째라리즘, 따라리즘 정신을 마음 깊이 각인해야 한다.
지금의 채무는 못 갚는다고 결론 내리고, 오직 내 한 몸 살아내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운이 좋아서 로또에라도 당첨되면 그때는 웃는 낯으로 빚을 갚게 되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나 쥭고 나서 자녀에게 한정상속시키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를 채무자를 욕하지 마시라. 합법적인 방법이다. 불법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채무는 잊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말해둔다. 채무는 무시하고 목슘줄 지키는 생존에만 올인해야 한다.
돈으로 인한 문제는 돈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양심과 도덕이 채무자인 나를 살려주지 않는다.
이미 결론이 났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지금의 채무상환은 불가능하다.
돈이 있었다면 채권추심 안 해도 당연히 채무를 상환했을 것이다.
돈 없는데 어떻게 빚을 갚나?
불가능과 결과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빚 갚기에 올인하면 불가능을 떠나서 쥭음이 채무자를 기다린다.
갚을 수 없더라도 갚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공자님 뒷간에서 방귀 뀌는 소리는 집어치워라.
갚을 수 없는 것은 못 갚는 것이다.
패자부활전이 불가한 우리나라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미 패자가 된 채무자에게 부활하라고 억지 쓰는 것은 쥭음을 강요하는 고뮨이다.
남들 눈치를 보면서 살고자 하면 쥭게 된다.
더 이상 채권자와 채권추심업체의 채권추심 독촉에 끌려다니지 마시라. 전화 오면 무시해라.
빚 관련 모든 추심행위에 대해 '법대로 하세요"하면 된다.
세상 사람들 눈을 의식한 윤리 도덕 생활을 고집하면 채무자가 쥭는 길이 된다.
남은 인생에서 빚 갚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내가 살아남아야 채무도 상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세상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살아날 길도 열린다.
"궁즉변 변즉통(窮則變 變則通)" 이라 했다.
파산지경에 이르러 마음을 다시 먹으니 살 길이 열리는 것이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음이 극에 달하면 다시 양이 시작된다.
바닥에 떨어지고 떨어져 지하로 파고 들어가게 되면 땅속의 바위 덩어리에 맞닥뜨려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다.
그때부터 올라가는 일만 남게 된다.
파산지경에 이른 채무자는 절대로 도덕이나 윤리적인 관념적 논리에 경도되는 태도로 살면 안 된다.
50대 후반 들어 재기를 포기하므로 채무 상환도 포기하는 것이다.
오직 자기 목슘 살아남을 일에만 집중한다.
"시간은 채무자의 편이다."
포기할 때 사는 길이 열린다.
인터넷에서 채무 해결 방법을 더 이상 검색하고 찾아다니지 마라.
채무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간질 나는 내용으로 채무자를 꼬드겨 결국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로 개인회생, 파산면책 수임을 맡기러 오라는 내용뿐이다.
(차라리 여기 블로그 포스트를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읽어서 올 킬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50대 후반에 재기를 하려면 빚 문제가 해결되어야 가능하다.
재기할 생각을 접는다면 빚 안 갚는다고 당장 잡혀가는 것 아니다.
막노동을 하더라도 파트타임 알바를 뛰더라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
한 달에 150만 원(2019.4월부터는 185만 원)까지는 급여 압류 당하지 않고 내가 쓸 수 있다.
만 58세가 되면 국민연금도 당겨서 조기 신청할 수 있다.
몇 푼 안 되겠지만 일단 몇 푼이라도 소득이 생기면 살아갈 수 있는 생명줄이 된다.
국민연금은 압류당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은 채권자라도 함부로 뺏어가지 못하도록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없고 막노동도 못하는 형편이라면 더더욱 빚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 채무자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제도에 마지막 목슘줄을 의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가 형편없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국가가 국민이 쥭도록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여기 저기서 열린다.
체면과 자존심을 버리고 오직 살아 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앞으로 남은 여생에서 채무 상환을 생각하면 쥭음이고, 50대 후반 재기를 포기하면 파산에 직면한 채무자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윤 모 씨의 개인파산 인생극장 이야기 다음 포스팅으로 : 이혼, 채무, 실업 3관왕이 되면 자나 깨나 저 세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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