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에 소멸시효가 있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지급명령이든 소송이든 법원의 판결을 받으면 소멸시효는 새롭게 10년으로 연장된다. 소멸시효가 다가오면 또 법원 판결을 받아서 10년 연장한다. 수건 돌리기 술레가 끝없이 달려야 하듯이 채무는 소멸되지 않고 끝없이 생명을 이어간다.
채무는 계속 상속된다
잊을 만하면 채권추심이 들어온다. 수시로 들이닥치는 법적절차 법조치에 직면하면 바로 우울모드가 된다.
"갑분사"가 아니라 "갑우울"이다. (여기서 "갑우울"은갑자기 우울감이 몰아닥친다."로 내가 지어낸 말이다.) 우울감은 조울감으로 발전한다. 업되어 있던 기분이 급전직하하는 우울감은 견디기 힘들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충동은 반드시 재발한다. 우울감과 조울감이 교차하면 아무리 의지력이 강한 사람도 무너지게 된다. 채무, 빚은 천라지망(天羅地網)이다. 죽기 전에는 빚의 굴레를 빠져나갈 수 없다.
공소시효가 없는 것이 채무의 굴레이다. 법률상으로는 채권에 소멸시효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채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못하도록 지급명령 판결을 받아 놓는 등 채권의 소멸시효를 유지하고 연장해 간다. 채권의 소멸시효는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사람의 기억이 아니다. 빚의 굴레는 절대 사람의 기억처럼 잊히지 않는다.
채무의 소멸시효 연장
살인죄나 흉악범죄도 공소시효라는 것이 있었다. 아니 백보 양보해도 범죄의 당사자가 죽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다. 채무는 해당 채무자가 죽어도 끝나지 않고 존비속, 4촌까지 상속된다.
법률상으로는 '상속포기'나 '한정상속'으로 채무의 상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곱씹어 보면 웃기는 얘기고 기가 찬 말씀이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누가 순채무를 상속받고 싶겠는가? 그냥 상속자의 '상속포기'나 '한정상속' 신청 여부에 관계없이 죽은 자의 자산부채를 정산해 보고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채무가 많으면 자동적으로 상속되지 않도록 하면 되지 않는가? 상속자가 별도의 신청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순채무는 상속되지 않게 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 아닌가 싶다. 살인죄나 흉악범죄가 상속인에게 연좌가 되지 않듯이 채무도 상속인에게 연좌가 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부합하지 않나.
가족은 결국 채무의 연대보증인
종종 방송이나 신문에 안타까운 상속인의 사연이 나온다. 죽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채무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상속하게 되어 채권추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참 웃기는 상속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상속인이 어리거나 법률지식이 부족해서 순채무를 상속받지 않겠다는 '상속포기'나 '한정상속'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무가 상속되었단다. 상식적 판단에 비춰 보더라도 상속인 입장에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더라도 상속을 포기할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금 쌀막걸리 한잔 걸치면서 포스팅 글을 적다 보니 주절주절 두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잊고 있다가 날아드는 채권추심, 지급명령, 압류 등 법조치 등을 통고받게 되면 기분이 급 우울해진다. 아무리 좋은 일로 기뻐하다가도 채권추심이라는 말만 들으면 바로 기분이 꿀꿀해진다.
채무의 고리를 끊는 순간
누구도 처음부터 죽으려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죽음에 저항하여 삶을 추구하는 것은 생명체의 본성이다. 이성을 가진 인간만이 삶의 어느 순간에 차라리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생각한다. 벼랑으로 몰아 대는 상황은 희망을 밀어내는 때이다. 비참한, 비천한, 비굴한, 비정한 등의 상황에 직면하면 차라리 깨끗이 주변을 정리하고 싶어 지게 된다. 때로는 앞서간 사람들처럼 극단적 선택을 저지르지 못해서 혹시 용기가 부족한 찌질한으로 비칠까 봐 쪽팔리기도 하다. 거의 매일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이 들 때면 오늘 하루만 넘기고 보자 스스로를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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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임이 분명한 것 같고 조울증으로 발전한 것 같기도 한다. 정신과 병원을 가려고 생각했다가도 나중에 어떤 나쁜 영향이 있을까 봐 가지도 못한다. 인터넷으로는 정신과에서 어떤 상담을 하고 어떤 약을 처방받는지 여러 번 찾아보았다. 우울증과 조울증은 질병이므로 반드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나온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천수를 누리는 인생이 될 수 없다.
어차피 인생이란 것이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요동치는 마음과 더불어 흘러가는 시간일터다. 시간의 치유력을 믿고 채무자는 참고 또 참으며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든지 시간이 해결 못할 문제는 없다고 믿어야 한다. 쌀 막걸리 한 잔에 정신줄을 마비시켜 오늘 하루를 넘겨야겠다. 감기 몸살기가 있어도 소주에 고춧가루 타 먹던 젊은 시절의 정신력으로 버티자.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땐 무조건 길을 나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걷기도 하고 기차를 타기도 하고 버스도 괜찮으니 어디로든 코 바람 쐬러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남해안 쪽도 좋고 강원도 쪽도 좋을 것이다.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살아갈 의욕을 찾아야 한다. 채무자는 일단 살아서 버텨야 길이 트인다.